5일 차 (11월 29일 화요일)
일정: 카타르에서 세탁기 고치기 - Doha Festival City Mall - Turkey Central 식당 - 웨일스 v 잉글랜드전 @ Ahmad Bin Ali Stadium
아침에 고라니 집 세탁기가 고장 났다.
카타르 수리 기사님을 불렀다. 의외로 빨리 오셔서는 세탁기를 여기저기 때리는 고전적인 방법을 쓰셨다.
수리 기사님은 결국 메인보드를 갈아야 한다면서 언젠간 연락하겠다고 하곤 가셨다.
근데 믿을 수 없지만, 다음 날 세탁기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다. 역시 인샬라.
카타르에서는 뭐든지 시간이 해결해주는 듯했다.
점심때쯤 도하 페스티벌 몰로 이동했다.
DFC로 온 목적은 파이브가이즈였으나, 구글지도와 달리 폐점했는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셰이크쉑 더블 쉑버거를 먹었다. 가격은 레모네이드까지 2만 원 정도.
한국과 비교하자면, 빵이 다른 느낌이었다. 더 노랗고 고소했다.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즐거운 식사였다.
레모네이드도 적당히 달고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 먹어봤는데 버거랑도 잘 어울렸다.
걷다가 도하 에디션 모노폴리를 발견했다. 특이한 건축물이 많은 도하와 잘 어울렸다.
월클 액자를 팔고 있었다. 여기도 BTS가 있었다.
프랑스 대형마트 체인 모노프릭스에 방문했다.
월드클래스 비비고 김과 삼양 불닭볶음면을 발견했다.
월클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K스낵도 있었다.
세계 각지의 초콜릿도 많았다.
삼다수, 백산수, 아리수 밖에 모르는 나에겐 어려운 고급 식수 공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한국 마트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웠다. 역시 자본의 힘인가 보다.
장을 간단히 보고 숙소에 잠시 들렀다.
고민 끝에 카타르 국산품인 NICE 감자칩을 골랐다. 케첩맛이 강하진 않았지만, 맛났다.
고라니와 경기 전 저녁을 먹으러 현지인 맛집 Turkish Central을 찾았다.
훔무스 같은 중동 음식이 많이 당겼는데 아랍인들 사이에서 즐거운 식사였다.
램찹과 Mixed Grill을 시켰다.
빵에 훔무스를 찍어서 먹다가 램찹을 한 입하고 양파 고수 무침을 먹어주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식사였다.
밥을 배불리 먹고 웨일스 잉글랜드 전을 보러 Ahmad Bin Ali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 경기장은 특이하게 잉글랜드와 웨일스 국기를 경기장 겉면에 띄워줬다.
끝나고 나와서 보니 이 날 경기의 승자인 잉글랜드 국기만 띄워줬다.
경기장 입성. 나는 웨일스 응원단 근처에 앉았다.
코너킥 중계 화면에 쓰이는 카메라인듯한데, 선수들 이름과 얼굴이 표시된 자료가 눈에 띄었다.
영국 라인업 소개 장면.
웨일스 팬들은 계속 야유하다가 6번 해리 매과이어 소개가 나올 때만 환호했다.
역시 영국 국민 개그맨 매과이어..인 줄 알았으나 이 날 활약이 좋았다.
베일이 가까이 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잉글랜드 친구가 걸어 내려와 시야를 가렸다.
등판의 세 알파벳을 보곤 순간 언짢았던 나의 경솔함을 깨달았다.
웨일스 베일. 이 날 경기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국대에서만 활약하는 애국자형 선수라 기대를 많이 했으나, 폼이 많이 떨어진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론 램지도 봤다. 램지도 애국자형 선수여서 기대했으나 특유의 전진성이 나오지 않았다.
PL에서 봤던 선수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꿀팁 경기가 재미없을 땐 관중석을 구경하자.
오후 10시 경기기도 하고 웨일스가 못해도 너무 못해서 조금 졸렸다.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관중석을 둘러봤더니 응원단 쪽에서 팬들끼리 주먹질하며 싸우고 있었다.
역시 축구 원조집은 달라도 뭐가 달랐다. 보안 요원이 말려도 서로 엉키고 난리였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잉글랜드 유재석인줄 알았던 매과이어. 월드컵 기간 동안은 잉글랜드 김민재였다.
경기결과 3대0 잉글랜드의 승리.
잉글랜드에서 인상 깊은 선수는 주드 벨링엄이었다. 죽은 볼도 템포 살려서 자유자재로 연계해주는 게 놀라웠다.
공격 시에는 부드럽게 탈압박해서 연계 후 박스 안 침투, 수비 시에는 빠르게 압박하거나 커버를 해주는 모습이었다.
몸싸움, 헤딩 경합까지 해주니 전천후 국밥형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래시포드는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빠르고 위협적이어서 웨일스 측면은 공격할 새도 없이 수비만 했다.
거기에 필드 골과 프리킥 골까지 넣었으니 순도 높은 활약이었다.
웨일스는 정말 실망 많이 했다.
잉글랜드가 측면을 지배한 것도 있지만, 웨일스가 잘하는 측면 역습은 없었고 가드 올리고 수비만 하는 모양새였다.
웨일스 팬들이 부르는 전통 민요 비슷한 응원가(YMA O HYD)가 가장 인상 깊었다.
TV와 인터넷으로만 보던 선수들을 직관할 수 있는 경험하는 좋은 경기였다. 덕분에 추억도 많이 떠올랐다.
나와 고라니는 경기가 끝나기 5분 전에 나와 집으로 갔다. 그렇게 카타르에서의 5일 차 여정을 마쳤다.